제주도 이주하고 1년살 집을 얻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이삿짐 정리하느라 폭설에 고립되느라
간만에 온 제주도 구경(아주 가까운곳들이긴 하지만)도
하다보니 훌쩍~~
하지만 조바심이 났던건 바로 일자리!
그래도 먹고사는 일이 중요한데
이삿짐정리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정말 제주도의 현실자각타임이 시작되었다.
제주도 이주자들의 한결같은 고민!
물가는 비싼데 인건비는 박하다.
즉 돈벌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
어찌보면 참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긴 하다.
진짜 고물가!
식당만 봐도 8천원 이하 밥집은 정말 찾기가 힘들다.
시장물가 역시 육지때처럼 장보다간 풍비박산날것이다.
제주도 일자리를 찾다보면 가장 많이보이는 항목.
솔직히 사회생활경험 여러번하면서
이런 숫자는 신입 이후로 본적이 없었는데
제주도는 그나마 이것도 많이 주는 편..
고작 한달간의 구직 후기이긴 하지만 정말 열악하다.
특히나 나같은 40대 중반의 가장에겐 턱없이 부족한..
제주도는 값싸고 젊은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인 듯하다.
그래도 서울에서 남들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던
자존감 드높던 나였는데 ㅎㅎ
제주도는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나같이 자뻑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구인하는 어떤회사들은 육지에서처럼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고 그런 대우를 받고 싶은 사람은
오지말란 글귀도 있는 것을 보고,
이곳 사람과 외지사람의 괴리감을 좁히긴
힘들겠단 생각도 들었다.
약간은 그런 글귀가 거슬린다.
이래서 오해가 오해를 낳고 편견이 생기는 거겠지?
그런데 또 한편으론 어차피 그런걸 알고
제주도에 온 것이니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나같은 불만과 편견때문에
제주도 생활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본인들이 선택한 길 아닌가
현실은 아닌데 육지에서처럼 벌고는 싶고,
욕심이 한도끝도 없으면 솔직히 살 수 없을 것이다.
먼저 내려놓기르시작한 건 와이프.
살아오면서 막노동이라는 걸 안해본 사람이
밭일을 하러 가겠다 하신다.
오지랖이 좋아 제주도분들과 친해지고
같이 밭일도 하러간다.
제주도 할망들 왈 “제주도는 부지런하면 먹고산다”
아침 일찍 나가서 5시에 귀환.
손끝엔 시커먼 흙이 뭉쳐있으면서도
“돈벌기 쉽지않다는 것도 알겠지만 버는 재미가 있다” 고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채소들을 매일 얻어온다.
시장 갈 필요가 없으니 식재료비가 줄어들고
몸은 고되지만 돈은 벌린다.
제주도 여자들은 이렇게 억척스럽게
돈 벌고 아끼면서 살아왔다한다.
그래 그렇게 살아야하나보다.
하지만 와이프의 이런 모습을 보는 가장은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한다곤 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렇게 마음의 짐이 무거워지던 어느 날
제주도 친구녀석이 연락이왔다.
이제 일할 타이밍이라고!! 그래 헛살지 않았다!
서울에서 동거동락하던 옛친구(선배이지만 동갑내기인 제주도 출신인..)가
내 실력을 알기에 신규사업에 적극추천!! 강추강추!
하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게 일이 잘 풀렸다.
와이프에게 가장 미안했던 날에 들려온 소식이라
더할나위없이 기뻤다.
예전에 비하면 반타작 이상 떨어진 급여이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다는 상황이 반갑고 기쁘다.
그리고 그날 슬픈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직장이 구해지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겠단 심정으로
과일농장하시는 분과 한라봉을 팔기로 했다.
20대 시절 고향에서 아주 가깝게 지내던
이웃사촌 이모같은 분이신데
우리보다 먼저 제주도에 정착하셔서
한라봉 등 제주도 특산물을 판매하고 계셔서
이주 후에도 몇번 왕래를 했었다.
제주도엔 지인들도 있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그래고 가장 가족같은 분이라 와이프도 좋아했고
라온이도 귀여워해 주셔서 한동안 정말 가깝게 지냈다.
최근들어 줄어든 관광객때문에 매출이 안좋아서 걱정이시길래
그래도 하던일이 마케팅이다보니
이런저런 도움을 주어 매출도 일어나고
작긴하지만 나에게도 용돈벌이가 되기 시작했다.
맛은 좋지만 모양새가 안이쁜
못난이 한라봉을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갑작스런 주문물량에 이모님도 상당히 좋아하신다.
한발 더 나아가 공동구매까지 진행해서 판매에도
도움되고 용돈벌이를 더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연락이 안된다.
상품을 못받았다는 클레임은 들어오는데 연락이 안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첫출근을 한 기쁜 날에
울리는 “064”로 시작하는 전화..
형사랜다.. 돌아가셨댄다..
애플망고 나왔다고 인스타도 올리셨잖아요.
인스타그램 알려줘서 고맙다고
그날이후로 꾸준히 잘 올리셨잖아요.
그래도 니들이 제주도에 와서 의지할데가 생겨서
좋다고 그렇게 기뻐하셨잖아요.
근데 왜 이런일이 생긴거에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형사분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슬퍼하지도 못했어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이번주에도 서로 웃고 조만간에 밥한번 먹게
시간내봐라 하셨는데 너무 갑자기 가버리시니...
가족이 아니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만 하는데..
아는 사람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물어봐야 하나요 ㅜㅜ
슬픈 소식도 그렇지만 어떻게 된건지 알 수가 없으니
발만 동동 구릅니다.
부모님도 갑작스런 일에 너무 당황해하시고..
알길은 없고..
반가웠던 짧은 만남, 그리고 갑작스런 이별..
지금도 적응 안되는 상황이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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