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과 칸딘스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제주 실내관광지, 비오는날 제격인 미디어아트 명소 빛의 벙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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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제주. 야외 나들이를 가기엔 애매해서 성산에 요즘 뜨고 있다는 제주핫플 빛의벙커로 향해본다.
매번 이길을 지날 때면.. 빛의 벙커란 곳이 여기에 있구나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들어가 보게 된다.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굽이굽이 600미터를 더 전진해야 된다.
비오는날이라서인지 주차장은 이미 만차수준. 주차할 곳을 찾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는 곳이 보인다. 아마 이곳이 빛의벙커 출입구인가보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잠이들어버린 라온이.
기다리느라 잠시 대기중인데, 빗방울이 더 굵어졌다. 제주 비오는날에 가볼만한 실내관광지라는 컨셉으로 오늘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어쩜 이렇게 비오는날이 되었는지..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난 아이와 함께 빛의 벙커로 들어가본다. 세잔 프로방스의 빛이라는 주제로 올해 10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전세계 1500만명이 관람한 글로벌 전시작품이라고 한다.
빛의벙커
(주소)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1168번길 89-17(고성리 2040-1)
(영업시간) 10:00 ~ 18:20
(브레이크타임) 없음
(휴관일) 연중무휴
(연락처) 1522-2653
처음엔 이곳이 맞나 싶어 갸우뚱하긴 했지만, 이런 그림이 보이는 맞은편 입구가 빛의 벙커 매표소와 연결되어 있다.
매표소 입구엔 각종 안내문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다. 단체관람객을 위한 유의사항, 제주도민 할인을 위한 신분증 지참, 비의 벙커 마감시간 등이다.
제휴할인
빛의벙커
현장에서의 제휴할인에 대한 안내도 있는데, 상당히 다양한 업체와 제휴할인을 맺고 있다. 제주도민의 경우 신분증이나 증빙서류 지참 시 30%할인 적용가능하다. 성산여행을 계획중이라면 경유지로 포함시켜도 좋을 것 같다.
10% 할인
BMW Vantage앱 바우처, 아쿠아플라넷 입장권, 제주항공탑승권, CJ ONE 앱 쿠폰, 제주패스 쿠폰 제시
20% 할인
다자요 예약자, 본태박물관 입장권, 카페아오오 영수증, 서귀피안 카페베이커리 영수증 제시
30% 할인
제주도민 신분증 제시
비오는날이라 매표소 앞에 관람객이 꽤 많다. 실내관광지다보니 궂은날씨엔 사람이 몰리는건 당연지사.
관람요금
빛의벙커
빛의벙커 관람요금
성인 18,000원 / 청소년 13,000원 / 어린이 10,000원 / 특별요금 8,000원 / 36개월 미만 무료관람
청소년(14~19세), 어린이(8~13세), 특별요금(4세~7세), 제주도민 30%할인(신분증/증빙서류 지참 시)
과거 통신보안시설의 벙커로 사용되던 곳을 개조해 만든 곳이며, 전체적인 동선은 단순한 편이다. 간혹 고작 이런걸 보려고 왔을까 후회된다는 둥, 가격대비 볼게 없다는 등의 후기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해보자면, 만약 루브르박물관에서 세잔이나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았다면 분명 볼만했다거나 인생최고의 경험을 했다던가 문화사대주의에 취해 앞다퉈 이야기하기 바쁠 것이다. 물론, 여러곳을 여행하기 위한 하나의 여정일테지만 이곳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그럴텐데.. 거장의 작품을 고작이라는 표현으로 폄훼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다. 이세상엔 정말 불편러들이 많다. 그런 불편러들이 또 불편한 또다른 불편러의 이야기.
전시장 내부엔 화장실이 없다. 재입장이 불가하기 때문에 관람하다가 불편한 상황이 오면 안되기에 미리 비워두고 관람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온이와 함께 화장실부터 들어가 시원하게 비우고 매표소로 향해 본다.
입장권을 받아들고 이제 들어가려는데...
입구 앞엔 지금 전시 중인 두 거장의 간단한 약력과 빛의 벙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그냥 들어가기 보단, 한번쯤은 훑어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알고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궁금해할 부분을 미리 이야기 해주고 관람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관람 시 유의사항
1. 간혹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니 유의하기
2. 유아의 경우 어두운 장소에 놀랠 수 있으니 손을 꼭 잡아주기
3. 안전이 이유와 타 관람객에게 방해주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뛰거나 소리지르지 않게 하기
4. 카메라플래시는 꺼주고
5. 조용히 대화하기
분명 이러한 유의사항이 있고, 기본 에티켓일텐데.. 막상 들어가면 여기저기 뛰어놀며 소리지르는 아이들, 플래시를 팡팡 터트리며 사진찍는 사람들, 제집안방마냥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저씨들.. 무개념 관람객이 많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걸까 싶다.
전시실입구
빛의벙커
입장을 하니 어두운 공간에 형형색색의 작품이 투영되고 있다. 살짝 어두운 곳이라, 주춤했던 녀석이 손을 꼭 붙잡으라며 이야기 하더니, 그새 환경에 적응되었는지 벽에 붙어 사진찍는 것도 서슴없다.
메인 전시실로 이동하는 통로가 멋지길래, 사진을 찍어보자며 권유했더니 폼이 제대로다.
메인전시실
빛의벙커
메인전시실의 길이가 꽤 길어서 미디어아트가 보여지는 개방감이 좋다. 폴 세잔의 작품 전시 영상이 막바지를 향해 갈 때 입장해 본다.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러시아 출신이며, 점, 선, 면을 이용한 추상미술의 대가로 유명.
추상미술로 접어든 계기가 거꾸로 뒤집어 놓은 자신의 그림을 보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예술작품을 보는 일이 많지 않다보니, 평가할 그릇은 못되지만, 그래도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정보가 조금은 관람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점, 선, 면을 이용한 추상미술의 대가답게 색채미도 돋보이고, 선 하나, 점 하나에서부터 거장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른 그림은 생소했지만 꽤 많이 접해본 그림이 나와 친숙하다. 전체 화면이 이렇게 바뀌는 타임, 즉 후킹포인트(시선을 낚아채는 순간)에서 관람객들의 탄성이 나온다.
가만히 앉아 거장의 작품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그림에 소질이 없다보니, 이해할 수 없는 그림도 있긴 했지만, 괜히 멋져보이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그려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칸딘스키의 작품이 끝나고 세잔의 작품으로 넘어가는 사이 잠시동안 포토타임이 진행된다. 작품 감상하느라 가만히 앉아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이다. 그리고 화면이 바뀔 때마다 또 탄성이 흘러나온다.
제주의 자연을 비롯한 다양한 영상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추억의 한장면을 남기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전시실 곳곳에 영상이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리만 잘 잡는다면 포토타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세잔의 작품이 곧 시작됨을 알려준다.
폴 세잔 PAUL CÉZANNE
프랑스 출신의 화가. 인상주의와 플랑드르 미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다소 무미건조할 수 있는 주제인 정물화를 위대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장본인. 정물화와 풍경화 그리고 초상화 등을 많이 남겼으며, 말년엔 몽환적인 누드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대담한 색채의 사용, 혁신적인 원근법의 사용, 기하학적인 형태와 명암의 교차, 독특한 구성이 특징적이다고 전해진다.
폴 세잔의 작품세계에 대한 프롤로그를 보여주는 식으로 시작된 미디어아트.
초록색이 가득한 전원의 배경을 시작으로 목가적인 분위기의 들판과 사람들이 등장하며 세잔의 작품을 하나둘 그려내고 있다. 미술 잘알못이지만 붓터치와 화려한 색감 그리고 원근법 등을 알고서 보니,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알고 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말년에 그렸다던 몽환적인 누드화 작품도 제법 많이 보인다. 확실히 정물화나 풍경화와 비교하면 색채가 많이 어두운 느낌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처음엔 추상화인가 했는데, 세잔의 붓터치 느낌을 표현한게 아닐까 싶은 미디어아트가 흘러나왔다. 색채감이나 붓터치의 강렬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와서 화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신의 초상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약간은 칙칙한 하늘을 배경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고뇌와 힘든 삶의 모습 등이 보이는 것도 같다.
세잔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풍경화 작품들이다.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과 미디어아트에서 흘러나오는 작품의 조화가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림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평화롭고 다소 유유자적한 느낌도 좋다. 그리고 어느새 앞서 보았던 세잔의 작품이 겹치는 부분이 나온다. 이제 어느정도 관람이 마무리 되고 있나보다.
메인 전시실 이외에도 곳곳에서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흘러나오고 있다. 굳이 메인전시실에 있지 않아도 작품도 감상하며 여유롭게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제주에서 문화생활하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굉장히 유익한 경험을 아이와 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출입구로 나오니 바로 기프트샵으로 연결되어 있다. 방금 전시실에서 보았던 다양한 작품들이 소품이나 액자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되면 천천히 구경도 하고 싶은데, 갑자기 배가 고프다는 녀석이 성화라.. 황급히 나와야만 했다. 집에 하나 정도 걸어두면 있어빌러티가 완성될 것 같은데.. 아쉽다.
밖엔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세잔의 작품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품을 보며 감상에 젖어있던 탓일까? 초록초록했던 처음의 작품처럼 초록빛을 뿜는 나무와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같아 보여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작품만큼이나 나오는 길도 예뻤던 빛의벙커. 성산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살짝 추천해보고 싶은 장소이다.
세잔과 칸딘스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제주 실내관광지, 미디어아트 명소 빛의 벙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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